“곶자왈에 모였다” 대한항공·아시아나, 따로였던 조직이 먼저 같이 움직였다
삽이 먼저 들어갑니다. 흙이 갈리고, 나무가 자리를 잡는 동안 사람들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누가 빠른지, 누가 늦는지를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간격이 맞춰졌고, 작업은 끊기지 않았습니다. 먼저 끝난 사람이 옆으로 이동해 빈 곳을 채웠고, 그 사이사이로 이어진 건 나무보다 사람의 움직임이었습니다. 한진그룹은 2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임직원들이 지난 25일 제주 한경면 저지리 곶자왈 문도지오름 일대에서 공동 식수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한국공항㈜와 함께한 이번 활동에서는 자생 수종과 멸종위기 야생식물 등 약 1,000그루를 심고, 외래종 제거 작업도 병행됐습니다. 겉으로 보면 익숙한 행사입니다. 그날 현장에서 드러난 건 다른 결이었습니다. ■ 나뉘어 있던 이름, 일하는 방식은 하나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통합 절차를 밟고 있고, 진에어는 대한항공 계열,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아시아나 계열입니다. 지금은 서로 다른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결국 하나로 묶일 대상입니다. 이날은 그 설명이 필요 없었습니다. 작업 구역은 나뉘어 있었지만 그 구분은 오래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도구가 오갔고, 사람이 자리를 바꿨고, 비어 있던 곳이 채워졌습니다. 누가 어느 회사인지 묻지 않아도, 같이 일하는 방식이 먼저 자리 잡았습니다. ■ 속도를 끌어올리지 않았다, 대신 멈추지 않게 했다 같은 작업이라도 속도는 다르게 나옵니다. 이날은 빠른 쪽이 기준이 되지 않았습니다. 먼저 끝난 사람이 옆으로 이동해 빈틈을 메웠고, 그 덕분에 작업은 끊기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속도를 맞춘 것이 아니라, 일이 끊기지 않도록 움직였습니다. 그 선택이 현장의 분위기를 바꿨습니다. ■ 하루로 끝나지 않는다 곶자왈은 쉽게 다룰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용암 위에 형성된 지형이라 발걸음이 일정하지 않고, 식생이 얽혀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지하수와 생물 다양성을 함께 지탱하는 구조라 변화는 느리게 나타나지만 영향은 오래 이어집니다. 이곳에서의 식수는 그날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이날은 나무를 심는 자리였지만, 앞으로 이어질 관계를 먼저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 “나무보다 사람이 먼저 보였습니다” 작업 중간, 한 참가자는 “나무를 심고 있는데, 사람부터 보였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짧은 말이었지만, 그날 현장을 가장 정확하게 짚은 표현이었습니다. 누가 더 빨리 끝내는지가 아니라, 어디에 손이 더 필요한지를 먼저 살폈습니다. 먼저 끝난 사람이 자리를 옮겨 빈 곳을 메웠고, 속도를 끌어올리기보다 작업이 끊기지 않도록 이어갔습니다. 그날 이어진 건 작업이 아니라, 서로를 살피며 맞춰가는 방식이었습니다. ■ 이미 ‘우리’로 움직이고 있었다 식수는 하루의 일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남습니다. 김현욱 한국공항㈜ 상무는 “함께 심은 나무가 지역을 살리고 다음 세대에 이어지는 숲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민·관 협력을 통해 제주 산림 생태계 보전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날은 나무를 심은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남은 건 나무만이 아니었습니다. 따로 움직이던 조직이 아니라, 이미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2026-03-26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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